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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페트병으로 옷·신발 만든다…친환경 사업 키우는 화학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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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817회 작성일 20-06-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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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페트병으로 옷·신발 만든다…친환경 사업 키우는 화학업계

미국 아이스박스 제조업체 이글루(Igloo)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생분해 아이스박스인 ‘리쿨’을 선보였다. 재활용 목재 펄프로 만든 이 제품은 토양에서 자연스럽게 썩어 분해되기 때문에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기존 일회용 아이스박스 제품의 친환경 대안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스티로폼은 지난 80여년간 제품 포장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 몇년 사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주요 산업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스티로폼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매립지에 폐기된 후에도 수백년간 분해되지 않는다. 여기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등 환경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이글루의 생분해 아이스박스 / 이글루 홈페이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의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고 환경친화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 1937년 스티로폼을 처음 개발한 미국 최대 종합화학회사 다우케미칼(이하 다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우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추진 중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열해 연료로 전환하거나 폐플라스틱으로 개질 아스팔트를 만들어 미국, 베트남, 인도 등의 도로 건설에 사용하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다우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약 60마일 이상의 개질 아스팔트 (Polymer-modified asphalt) 도로를 미국 텍사스, 미시간주, 베트남, 태국, 인도, 베트남 등에 건설했다. / 다우 홈페이지

다우는 지난해 1월 바스프, 엑손모빌, 미쓰이화학, 사빅, 토탈, SKC 등 글로벌 정유·화학사 40여곳과 손잡고 ‘플라스틱 쓰레기 제거 연합(Alliance to End Plastic Waste)’을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앞으로 5년간 25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해 플라스틱 쓰레기 관리와 재활용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유·화학 업계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원유를 기반으로 화학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굴뚝산업의 특성상 수시로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는데,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업계는 친환경에 중점을 둔 신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신사업을 육성해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종합화학은 현재 20% 수준인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지난달 "환경 문제에 직면한 화학 산업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폐플라스틱을 완전히 재활용하는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등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생산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고기능성 소재를 개발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나 사장은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SK종합화학은 이달 3일 프랑스 아르케마사(社)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약 4400억원에 인수했고, 친환경 고기능성 패키징 소재 생산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효성그룹의 섬유 부문 회사인 효성티앤씨가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가방 / 효성 제공

효성그룹도 올해 초 '그린경영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재활용 저탄소 소재 사업을 포함해 전 사업부문에서 친환경 제품을 확대하고 시장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효성의 섬유 부문 회사인 효성티앤씨 (122,500원▲ 1,000 0.82%)는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삼다수 페트병을 활용해 친환경 가방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다.

LG화학 (485,000원▲ 57,000 13.32%)은 지난달 ‘뉴 비전’을 선포하면서 석유화학부문에서 이산화탄소 저감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C (57,000원▲ 3,800 7.14%)는 잘 찢어지거나 늘어지는 기존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의 약점을 보완한 고강도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실증사업을 화학연구원 등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 (171,000원▲ 6,000 3.64%)도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친환경 의류와 신발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연초부터 진행 중이다. 오는 7월까지 총 10톤의 폐페트병을 수거한 뒤 이를 원료로 신발, 의류, 가방 등을 만들어 플라스틱 순환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1위 화학업체인 독일 바스프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배달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 친환경 포장재 소재 개발과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스프의 친환경 단열재인 ‘슬렌텍스’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콜드체인 배송 서비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슬렌텍스는 기존 포장재에 들어가는 단열재보다 두께가 얇아 환경 오염물질인 스티로폼이 적게 들어간다고 바스프 측은 설명했다.
 
바스프의 친환경 단열재가 적용된 신선식품 배송 박스 / 바스프 제공

다우도 아시아 시장에서 친환경 재활용 플라스틱 수지의 상용화에 들어갔다. 다우가 개발한 제품은 중국 내에서 수거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수거해 만들었으며, 재활용 수지를 40% 포함하고 있다. 이 제품으로 음료수나 식품을 포장하는 수축 필름(포장재 필름)을 만들면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이 최대 24%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우 관계자는 "최근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포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재활용 수지를 사용하면 향후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우의 친환경 재활용 플라스틱 필름 / 다우 제공

과거에는 친환경 사업이 작은 틈새시장으로 여겨진 것과 다리 최근에는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함께 필 수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업계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관련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도 변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초 "앞으로 투자 결정 시 환경 지속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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