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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몰두하는 사이에 착실히 나빠진 지구 기후..."북극권 빙하·영구동토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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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59회 작성일 20-08-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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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몰두하는 사이에 착실히 나빠진 지구 기후..."북극권 빙하·영구동토층 위기"


그린란드의 빙상(대륙 빙하)이 녹아 물이 고인 모습이다. 대표적인 빙상으로 꼽히는 그린란드의 빙상이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이 녹았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점 심각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NASA 제공
그린란드의 빙상(대륙 빙하)이 녹아 물이 고인 모습이다. 대표적인 빙상으로 꼽히는 그린란드의 빙상이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이 녹았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점 심각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NASA 제공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의 싸움에 매진하는 사이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위기인 기후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특히 북극권과 시베리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그린란드의 빙상(대륙 빙하) 소실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고 북극권 바다의 해빙의 경우 3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시베리아는 이상 열파로 한국에 역대 최장 장마를 불러일으키는 등 동아시아에 극한기후를 유발하고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땅 속 얼음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되고 이들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기후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계인 ‘임계연쇄반응’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계연쇄반응은 기후변화에 관한 여러 지표가 ‘티핑포인트(임계점)’를 넘어서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연쇄적으로 증폭되는 단계다. 

 

●지난해 그린란드 빙상 유실 역대 최고 수준...해수면 상승 우려


잉고 사스겐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연구원팀은 2019년 그린란드의 빙상 유실률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을 지구중력탐사위성 ‘그레이스’와 ‘그레이스-FO’ 측정 데이터를 통해 밝혀 국제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 21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3~2019년 동안 그린란드 빙상 유실을 측정한 결과 빙하는 매년 녹아 줄어들었으며 특히 2019년 한 해 동안 5320억 t의 빙상이 녹아 역대 가장 많은 유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해 1~7월까지의 유실량만 2003~2016년 기록한 연 평균 유실량을 약 50%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그린란드의 빙상 유실을 경고한 첫 연구 결과가 아니다. 지난 3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연구팀 역시 거의 비슷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연구레터스’에 발표했다. 야라 모하제라니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여름에 고기압성 기상상태가 지속되면서 중위도 지역에서 따뜻한 대기가 유입돼 빙상 유실을 촉진했다”며 “직전 겨울의 강설량은 적었고 북부지역의 평균기온은 1981~2010년의 30년 평균보다 1~2도 높았으며 구름이 적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일루리사트 지역의 빙하 모습이다. 지난해 미국 알래스카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빙하는 바다로 떨어져 계속 사라지고 있다. 알래스카대 제공
그린란드 일루리사트 지역의 빙하 모습이다. 지난해 미국 알래스카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빙하는 바다로 떨어져 계속 사라지고 있다. 알래스카대 제공

기후학자들이 그린란드 빙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녹을 경우 세계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빙상이 녹으며 범람한 물이 바닷물에 유입돼 전세계 해수면이 매년 평균 0.76mm 상승하고 있다. 2005~2017년 동안 전세계 해수면은 한 해 평균 3.5mm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그린란드 빙상이 녹으며 상승한 높이가 전체 해수면 상승의 22%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북극권 바다 위에 떠 있는 빙하인 해빙 역시 위기다. 독일과 미국 연구자로 이뤄진 ‘해빙모델상호비교프로젝트’ 팀이 4월 지구물리연구레터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크게 줄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막더라도 2050년 이전에 북극권의 여름에 해빙은 현재의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사실상 소멸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반도의 15~20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이달 10일 영국남극조사소 연구팀 역시 북극권의 해빙이 2035~2086년 사이에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기후변화 가속화의 가장 큰 '뇌관'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

 

북극권 영구동토층 감소도 두드러지고 있다. 2년 연속으로 얼어 있는 땅을 의미하는 영구동토층은 최근 기후변화로 녹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 남부와 북유럽의 경우 지표면의 연평균 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면서 토양 속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 올해 한국 등 동아시아에 역대급 장마를 불러온 시베리아 열파의 영향이 더해져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은 기후변화 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 중 하나다. 땅 속 얼음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 영구동토층 기온은 올라가고 있고 녹아 늪처럼 변한 지형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사진은 시베리아 야말 지역에 형성된 영구동토층 해빙 현장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은 기후변화 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 중 하나다. 땅 속 얼음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 영구동토층 기온은 올라가고 있고 녹아 늪처럼 변한 지형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사진은 시베리아 야말 지역에 형성된 영구동토층 해빙 현장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은 2007~2016년 매년 0.29도씩 올라가고 있다. 올해 2월 유럽우주국(ESA)이 위성 영상을 이용해 2003~2017년 북극권 전역의 영구동토층 변화를 관측한 결과 역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의 영구동토층이 크게 줄었다.

 

영구동토층의 유실은 임계연쇄반응의 대표적 '뇌관'으로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영구동토층의 균열이 지속되면 내부에 매장돼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된다. 안에 갇혀 있는 탄소량은 학자에 따라 수천억 t에서 최대 1조6000억t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대기중에 포함된 탄소량의 두 배 가까운 양이다. 이들이 짧은 시간에 방출될 경우 기후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0~2016년 북반구 영구동토층의 지상 기온을 색으로 표현했다. 노란색~빨간색이 영상의 기온을 보이는 곳으로, 시베리아 남부와 북유럽 북부, 알래스카 남부 등에서 영상의 기온을 보이고 있다. 오슬로대 제공
2000~2016년 북반구 영구동토층의 지상 기온을 색으로 표현했다. 노란색~빨간색이 영상의 기온을 보이는 곳으로, 시베리아 남부와 북유럽 북부, 알래스카 남부 등에서 영상의 기온을 보이고 있다. 오슬로대 제공

일각에서는 이미 탄소 방출이 시작됐거나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18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0년 동안 북극 지역 영구동토층이 탄소를 머금고 있는 시간이 13.4% 감소했다”며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극지역에서 지면의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이 경우 지금 예측보다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구동토층은 겨울과 여름이 모두 문제다. 겨울의 경우 눈이 줄어 고온 건조화가 일어나고 이는 올해 산불로 이어지고, 이 산불이 다시 동토층의 탄소 방출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종성 포스텍 교수와 정수종 교수팀은 기후변화에 의해 북극 주변을 둘러싼 공기 장벽이 깨지면서 시베리아의 고기압이 겨울 온도를 높여 눈을 빨리 녹이고 지면을 건조하게 해 산불을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올해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지난 7월 시베리아의 숲을 태우고 있는 산불의 모습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1.3배 면적에 해당하는 1900만 헥타르가 올해 산불로 탔다. 그린피스 제공
지난 7월 시베리아의 숲을 태우고 있는 산불의 모습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두 배 가까이에 해당하는 1900만 헥타르가 올해 산불로 탔다. 그린피스 제공

실제로 7월 러시아 그린피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러시아 지역 산불  및 들불 면적은 한국 전체 면적의 두 배 가까이 되는 1900만ha에 이른다. 국 교수는 “남동 시베리아지역은 온난화로 인해 눈이 더 빠르게 녹고 있다"며 "대규모 탄소 방출 및 지구온난화 가속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기후변화로 잦아진 폭우가 영구동토층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은 미국 알래스카의 여름 강수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영구동토층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난달 24일 ‘기후 및 대기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5년간 2750번의 지하 영구동토층을 관측한 결과 비가 많은 여름을 겪으면서 영구동토층 표면에 균열을 만들고, 이들이 다시 얼어 아물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영구동토층이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연쇄 반응 속 기후변화 가속화..."당장 기후변화 막기 위한 행동 필요"


문제는 이런 결과 하나하나가 각기 독립적으로 발생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관돼 사태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인류세 분야 석학인 윌 스테펀 호주국립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말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 인류세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지구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임계연쇄반응’ 시대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녹은 빙하에서 유출된 물은 열을 머금어 다시 빙하를 녹이는 과정을 가속화한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탄소 배출이 늘고 이는 다시 영구동토층을 녹이는 과정을 재촉한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산불 역시 영구동토층 해빙을 가속화한다. 스테펀 교수는 "아직은 임계점을 넘지 않은 만큼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과학자와 경제·사회학자의 행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은 기후변화 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 중 하나다. 땅 속 얼음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 영구동토층 기온은 올라가고 있고 녹아 늪처럼 변한 지형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사진은 시베리아 북서부 야말 지역에 형성된 영구동토층의 2018년 8월 모습을 촬영한 위성 영상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은 기후변화 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 중 하나다. 땅 속 얼음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 영구동토층 기온은 올라가고 있고 녹아 늪처럼 변한 지형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사진은 시베리아 북서부 야말 지역에 형성된 영구동토층의 2018년 8월 모습을 촬영한 위성 영상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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